에세이

그리움과 향수에 대한 깊은 사색

돌아갈 수 없는 여름

여름 풍경

무더운 여름 오후,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어디선가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선풍기 바람에 땀을 식히며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웃집 개가 느릿느릿 그늘을 찾아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 여름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여름을 보낸다. 창밖으로 고층 빌딩들이 보이고, 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문득 그 시절 여름이 그립다. 온몸으로 더위를 느끼고, 해가 질 때까지 밖에서 뛰어놀던 그 여름들.

아이들은 더 이상 골목에서 놀지 않는다. 동네 슈퍼는 편의점으로 바뀌었고, 빙수를 팔던 문방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냈던 그 여름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편지를 쓰던 시절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드물어진 지금, 문득 서랍 깊숙이 넣어둔 편지 뭉치가 생각난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던 쪽지들. 군대에서 받아보던 어머니의 편지. 첫사랑에게 쓰고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

삐뚤빼뚤한 글씨, 여기저기 눌린 볼펜 자국, 접힌 자리마다 배어 있는 시간의 냄새. 디지털 메시지에는 없는 것들이 그 종이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글씨체만 봐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이제 우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린다. 빠르고 편리하다. 하지만 때로는 천천히 펜을 잡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쓰던 그 시간이 그립다. 기다림의 설렘도, 답장이 오지 않는 불안함도, 모두 그리움이 되었다.

고향 가는 길

명절이 되면 고향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해진다. 하지만 정작 고향에 도착하면, 내가 기억하는 고향은 더 이상 그곳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논밭은 공장이 되었고, 친구들의 집은 아파트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찾는 고향은 어쩌면 장소가 아닌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상, 아버지의 굵은 손, 동생들과 싸우며 뒹굴던 마당.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서 고향이 된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도, 장소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그때 그 순간을 기억하는 내 마음뿐이다. 그래서 고향은 언제나 그리움 속에만 존재한다.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