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기억 속 작은 조각들을 담은 짧은 글

기찻길 옆 작은 집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창문이 달그락거리던 그 집에서 나는 자랐다. 새벽에 지나가는 화물열차 소리에 잠에서 깨면, 어머니는 이미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어린 나는 기차 소리에 잠들고 기차 소리에 눈을 떴다. 지나가는 객차 안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제 그 철로는 공원이 되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곳을 지날 때면 귓가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덜컹덜컹, 지나가던 그 소리가.

할머니의 호두과자

명절마다 할머니는 호두과자를 한 봉지씩 건네주셨다. 천안 휴게소에서 사 오셨다고 했다. 비닐봉지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 과자를 나는 늘 차 안에서 다 먹어버리곤 했다.

달콤한 팥앙금과 고소한 호두. 그 조합은 완벽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여러 번 호두과자를 사 먹어봤다. 같은 곳에서 산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 맛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맛이 변한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변한 것은 상황이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 차 안의 웅성거림, 명절의 설렘. 그 모든 것이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맛이었던 것이다.

우체부 아저씨

매일 오후 네 시쯤, 파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동네 아이들은 대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우체부 아저씨가 오는 시간이었다. 혹시 나에게 온 편지가 있을까, 두근거리며 기다리던 그 순간들.

아저씨는 우리 이름을 다 알고 계셨다. "오늘은 네 거 없다" 하시면 실망했고, "여기" 하고 봉투를 건네주시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대부분 어머니 앞으로 온 고지서였지만, 그래도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우편물은 경비실 앞 무인택배함에 쌓인다. 우체부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없다. 편리해졌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그 작은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이름으로 부르던 그 시절을.

비 오는 날의 창문

어릴 적 비가 오면 창가에 앉아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두 개의 물방울이 만나 하나가 되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나는 어느 쪽이 먼저 창문 아래에 닿을지 혼자 내기를 했다.

그때 비 오는 날은 지루한 것이 아니었다. 밖에 나가 놀 수 없다는 아쉬움보다, 창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빗소리를 들으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허락되던 시절.

지금은 비가 와도 그렇게 창문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빗소리는 그저 배경 소음이 되어버렸다. 문득 그 창가가 그립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던 그 시간이 그립다.